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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금융] 환율은 누가 정할까?

환율은 누가 정할까?



앞의 두 포스트에서 '엔저현상'은 무엇이고, 엔화의 가격이 내려가면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에 대해서 배웠다. 

이번에는 환율은 누가 정하는 것이고, 환율을 살때와 팔때의 가격이 왜 다른지 등 전반적인 환율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면서

[엔저현상]포스트를 마무리 하려고 한다.

 

환율을 누가 정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우선 환율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부터 알아야 한다.

 

환율이 결정되는 원리는 일반 물건의 가격이 결정되는 원리와 같다. 

사고싶은 사람이 많으면 비싸지고, 사려는 사람이 별로 없으면 싸진다.

 

가격이 결정되는 원리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자. 이는 경제학에서 가장 기초적이고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개념이다.

경제를 배우면 가장 먼저 등장하는 '수요-공급 그래프'가 이 원리를 그래프로 그려놓은 것이다.

수요는 어떤 물건을 '사고싶어' '살꺼야'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말한다.

공급은 반대로 어떤 물건을 '팔고싶어' '팔꺼야' 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말한다.

 

사려고 하는 양이 팔려고 하는 양보다많을 때 가격이 비싸지는 것은 경매를 생각해보면 쉽다.

어떤 유명한 기타리스트가 자신의 기타를 경매에 내놓았다고 하자. 그 소식을 들은 팬들 500명이 기타를 사기위해 몰려왔다.

기타는 딱 한대뿐인데, 사고싶어하는 사람은 500명이다. 이들은 서로 더 높은 가격을 부르며 자기에게 팔라고 어필한다.

최종적으로 기타를 가져가는 사람은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사람이다.

파는 사람 입장에서는 어차피 똑같이 기타를 하나 팔거면, 이왕이면 더 비싸게 받고 팔고싶다.

여기서 기타리스트는 기타를 '팔려고'하는 '공급자'이고, 팬들은 그 기타를 '사고싶어'하는 '수요자'들이다.

사고싶어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기 떄문에 기타의 가격이 비싸지게 되었다.

 

사려고하는 양이 팔려고하는 양보다 적을 때 가격이 싸지는 것은 바닷가 근처의 횟집을 생각해보면 된다.

바닷가 근처에는 횟집들이 일렬로 쭉 늘어서있다. 그 앞에서 어디를 가야할지 고민하면서 서성거리고있으면

각각 가게 문에서 아주머니들이 한명씩 나와서 우리가게로 오라며 설득하기 시작한다.

이때 이 아주머니들이 하는 대사는 거의 정해져있다.

"싸게해줄테니까 일로와", "우리가 제일 싸", "저기 얼만데? 2만원? 그럼 만오천원에 해줄테니까 우리가게로 와"

아직 식사시간에 안되서, 회를 먹으려는 사람은 한명뿐이라고 하자.

회를 '사려는'사람은 한명인데, '팔려는' 사람은 여러명이다.

사먹는 사람 입장에서는 어차피 똑같이 회 한끼 먹는거면, 이왕이면 더 싸게 먹고싶다.

여기서 회를 파려는 아주머니들은 '공급자'이고, 사먹으려는 사람은 '수요자'이다.

사먹고싶어하는 사람이 더 적기 때문에 회의 가격이 싸지게 되었다.

(회가 별로 좋은 예는 아니었던 것 같지만.. 핵심만 알면 된다^^;)

 

 

환율도 똑같다. 단지 기타, 회가 돈으로 바뀌는 것 뿐이다.

우리는 엔저현상을 다루고있으므로 일본돈을 예로 들면, 엔화를 사고싶어하는 사람이 많으면 비싸지고, 적으면 싸진다.

따라서엔화의 가치를 높이고 싶으면, 엔화를 사고싶어하는 사람이 많아지게 만들면 되고,

                              낮추고 싶으면, 엔화를 사고싶어하는 사람이 적어지게 만들면 된다.

그럼 어떻게 해야 다른 나라 사람들로 하여금 일본돈을 더 혹은 덜 사고싶어지게 만들 수 있을까?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사고싶은 사람이 많고, 적다는 것은 위에서도 말했듯이 '상대적인'개념이다.

위의 기타 예를 다시 가져와보면, 시중에서 파는 가장 흔한 일반 연습용 기타는 대략 15만원이면 살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연습용 기타를 사고싶어하는 사람은 몇명이나 될까?

어림잡아 생각해봐도 특정 기타리스트의 기타를 사고싶어하는 사람보다는 훨씬 많을 것이다.

연습용 기타를 사고싶어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은데도, 연습용 기타의 가격은 기타리스트의 기타에 비하면 반의반값도 안된다.

왜냐하면, 기타리스트의 기타는 딱 1개 뿐이기때문에 500분의 1의 경쟁률을 뚫고 사야하는 것이었고,

반면에 연습용 기타는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해내기 때문에 기타매장 어디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어서 굳이 누구랑 경쟁할 필요가 없다.

 

이제 어느정도 눈치를 챘겠지만, 얼마 없는 희귀한 물건일수록 사려고하는 사람들 사이에 경쟁이 심하고(=팔려는 양에 비해 사려는 양이 많고), 아무때나 볼 수 있는 흔한 물건일수록 경쟁이 없다(=팔려는 양에 비해 사려는 양이 적다).

그렇다면 반대로 생각해보면, 사고자 하는 사람을 많아지게 하려면 물건을 희귀하게 만들면 되고,

                                        사고자 하는 사람을 적어지게 하려면 물건을 흔하게 만들면 된다.

일본이 바로 이걸 이용한 것이다.

 

 

신문이나 뉴스를 보면 일본이 '양적완화'를 했기 때문에 엔저현상이 일어나게 되었다고 한다.

양적완화란 쉽게 말해 돈을 푼다는 것이다. 흔히 돈을 뿌린다고도 한다.

일본의 중앙은행에서 일본돈을 마구마구 많이 찍어내서 일본 돈이 많아지게 되었다.

일본 돈이 예전보다 더 많아졌다는 건 예전보다 더 흔해졌다고도 표현할 수 있다.

일본돈이 흔해지면 일본돈을 사려고하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더 적어지게 된다. 

일본돈을 사려고하는 사람이 적어지면 일본돈의 가격(=엔화의 가치)이 떨어지게 된다. (←일본이 바라던 결과)

 

일본은 왜 엔화의 가치를 떨어뜨리려고 할까?

엔저현상이 일어나면 일본에 이익이 되는 점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 포스트에 자세한 설명이 있다.) → http://blog.naver.com/coldeck17/140188448458

하지만 자기네 나라에 이익이 많이 가는 대신 그만큼 다른 나라에는 피해가 간다는거..

 

원래 환율이나 가격은 사는사람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올라가고, 적어지면 자연스럽게 내려가는 것인데

그걸 인위적으로 바꾸기 위해 '사려는 사람이 적어지도록 만들어서' 엔화의 가치를 낮추었기 때문에 더 욕을 먹는 것이다.

인위적인걸 좋아하는 일본다운 행동이다.

 

미국에 이어 일본이 양적완화로 짭짤한 수익을 맛보고 있는 걸 보면 양적완화를 안하고 가만히 있는게 억울해보인다.

그래서인지 다른 나라들도 슬슬 양적완화를 해볼까.. 말까..? 하면서 눈치를 보고 있는 추세이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양적완화 조치에 우려를 표하는 이유는, 양적완화가 단기적으로는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는것 같지만

그에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다음 포스트에서 다루기로 하겠는데, 어쨋든 포인트는,

가만히 놔두면 알아서 자연스럽게 해결 될 문제를 인위적으로 손을 써서 빨리빨리 해결하려고 하면, 반드시 부작용이 따른다는 것이다.

물론 꼭 필요한 순간에는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겠지만, 필요 이상의 '손'은 오히려 독이 된다.  

 

그럼이제 정리해보자.

환율은 누가 결정하는 것일까?

일본처럼 국가가 인위적으로 결정하기도 하지만 이는 일반적인 경우가 아닌 특수한 경우이기때문에 기사거리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별로 바람직한 경우도 아니다.

일반적으로 환율은 누가 정하는것이 아니라, 돈을 사고싶어하는 사람과 팔고싶어하는 사람들이 모일 때 자연스럽게 결정되는 것이다.

 

화폐를 구슬에 비유해보자.

일본돈이 빨간구슬, 한국돈이 파란구슬이라고 하자. 일본은 빨간구슬 100개가 있다. 한국은 파란구슬 10개가 있다.

어느날 일본이 파란구슬이 갖고싶어졌다. 그래서 한국에게 빨간구슬을 줄테니 파란구슬과 교환하자고 한다.

처음에 일본이 "내가 가진 빨간구슬 하나를 줄테니, 파란구슬 한개와 바꾸자"라고 하면 한국은 당연히 싫다고한다.

왜냐하면 빨간구슬은 100개나 있으니까 흔하고, 파란구슬은 10개뿐이니 빨간구슬보다 희귀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일본에게 "빨간구슬을 적어도 10개(임의로 정한 숫자) 이상은 줘야지. 파란구슬은 희귀하니까 그만큼의 가치가 있어"하고 말한다.

그래서 일본은 한국에게 빨간구슬 10개를 주고 파란구슬 한개를 받아온다.

다음날 한국에 파란구슬이 갑자기 많아져서 200개가 되었다고 하자.

한국이 일본에게 지난번과 똑같이 빨간구슬 10개와 파란구슬 1개를 바꾸자고 하자 이번에는 일본이 거부한다.

이제 빨간구슬이 파란구슬보다 희귀해졌기 때문이다.

일본은 이번에는 파란구슬을 2개 이상은 줘야 빨간구슬 한개를 주겠다고 말한다.

여기서 구슬을 화폐로 바꾸면 이게 바로 환율이 되는 것이다.

구슬의 예가 많이 낯익다. 첫번째 포스트에서 엔저현상을 설명할때 들었던 '돈을 파는 가게'의 예와 원리가 똑같기 떄문이다. 

 

지난 포스트에서는 여기까지만 다뤘었는데, 실제로 환율을 보니

살때의 환율과 팔때의 환율이 다르게 표시되었었다. 

왜 그럴까? 100엔주고 1000원을 받으면, 반대고 1000원을 주면 100엔을 받아야하는게 아닌가?

 

그 이유는 바로, 우리가 돈을 교환할 때, 일본사람과 1대1로 만나서 하는 것이 아니라 대개는 은행을 통해서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돈을 바꿀때마다 일일이 일본 돈을 갖고있는 사람을 찾아서 원하는 액수만큼 교환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1,2만원도 아니고 거액의 돈을 바꿀때는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은행이 이 일을 대신 해주는 것이다.

팔고 싶은 사람들의 돈을 받아서 사고 싶은 사람들에게 원하는 만큼 나누어 주는 것이 은행의 역할이다.

이렇게 돈을 바꿀 때 편의를 제공해주는 댓가로 은행은 돈을 받는다. 그 것을 우리는 '수수료'라고 부른다.

특히 돈을 바꿀 때 드는 수수료를 '환전수수료'라고 한다.

 

 

 

 

2013년 5월 10일. 외환은행 기준 환율을 보면 다음과 같다.

여기에서 매매 기준율이라고 나와있는 것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환율이다.

살 때 가격 - 매매기준율 = 살 때의 수수료

매매기준율 - 팔 때 가격 = 팔 때의 수수료 이다.

 

그런데, 그럼 살 때 수수료랑 팔 때 수수료가 다르다는 소리인가? 그렇다.

살 때나 팔 때나 돈 옮겨주는 건 마찬가지인것 같은데 왜 다를까?

그건 우리나라 은행은 우리나라에 있고, 때문에 우리나라 돈을 더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슨 말이냐면,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한국돈을 달라고 하면, 얼마든지 쉽게 구해서 줄 수 있다. 우리나라니까!

한국에 있는 한국은행에서 한국돈을 찍어내기 때문에 한국돈이 모자라서 못주는 일은 없다.

하지만 반대로 우리나라 사람이 우리나라 은행에 가서 외국돈을 요구한다면?

고객이 돈을 요구할때마다 은행 직원이 매번 그 나라에 가서 돈을 받아올 수 없으니,

은행에서는 여러 나라의 돈을 미리 한꺼번에 왕창 받아와서(우리나라 돈을 주고 바꿔와서) 보관해둔다.

그런데 왕창 받아온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 돈만큼 많이 있는 것이 아니니 더 희귀해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외국돈을 보관해두려면 공간도 있어야 하고, 보안도 신경써야하는 등.. 보관비용이라는 것도 생기게 된다.

또, 가끔씩 은행에 있는 외국돈이 다 떨어질 때도 있다. 그럴때는 다른 은행에서 보관하고 있는 외국돈을 돈을 주고 사와야한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돈을 바꾸는 비용이 더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외국돈을 받고 한국돈으로 바꾸어주는 것보다, 한국돈을 받고 외국돈으로 바꾸어줄 때의 수수료가 보통 더 비싸다.

 

참고로, 외국돈을 왕창 사들이는 것은 은행이 사들이는 것이므로,

각자 얼마만큼 사들이느냐에 따라서, 또, 서비스 비용, 보관비용 등이 얼마나 드냐에 따라서 은행마다 수수료가 다 다르다.  

 

그럼, 살 때와 팔 때의 수수료의 차이를 이용해서 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

언뜻 보기엔 가능해보이지만, 일반적으로는 외국돈을 살 때 비싸고, 팔 때 싸다.

비싸게 사서 싸게 파는 셈이니 오히려 손해가 나게 된다.

 

참고로, 환율을 이용해서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기는 있다.

그런데 그건 한 나라의 화폐를 사고 팔 때의 차이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두 나라의 환율의 차이를 이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투자는 왠만큼 큰 이익이 나지 않는 이상, 수수료를 떼고 나면 남는게 별로 없고, 위험도 매우 크다.

그래서 국가나 은행단위로 투자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일반인들에게는 별로 권하지 않는 투자방법이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다른 포스트에서 아예 따로 주제를 빼서 설명하도록 하겠다.

 

이것으로 엔저현상과 관련된 기본적인 배경지식에 대한 포스트를 마친다.

다음번에는 또 다른 경제이슈와 관련된 배경지식에 대해 다뤄보도록 할 것이다.

그리고 포스트 중간중간에 '다음에 자세히 설명하겠다'라고 한 부분에 대해서는 따로 포스트를 할 예정이니까

확인해보면 좋을 듯^-^

출처 : odds and ends